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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녹색공간

[영국 런던] 큐가든(Royal Botanic Gardens, Kew)

 

 

 

 What place is it?

 

흔히 '큐가든(Kew Gardens)이라고 불리는 이곳의 정식 명칭은 왕실식물원, 큐(Royal Botanic Gardens, Kew)이다. 그러니까 런던 근교 리치몬드 어폰 템즈(Richmond upon Thams) 자치구의 큐 지역구에 있는 왕실식물원을 말한다. 일찍이 큐필드(Kew Field)로 불리던 이곳에 아우구스타 공녀(Princess Augusta)가 왕실식물원을 설립한 것은 1759년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이 곳은 자칭·타칭 세계에서 가장 크고 다양한 식물군을 보유한 식물원이다. 약 40만 평(326 acres)에 달하는 대지에 3만 종에 달하는 식물을 재배하고 있고, 이밖에도 700만 종 이상의 식물(및 균류) 표본과 3만 종의 종자를 수집하여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기후가 변화하고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등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가 대두된 이후 다양한 생물군을 보존·연구하는 일이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흐름에 따라 큐가든은 2003년에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 보타닉 가든(Botanic/Botanical Garden)은 식물학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이다. 식물학 지식에 근거하여 다양한 식물을 수집하여 경작하고 이에 대해 조사·연구하며 그 결과를 교육하고 전시하는 복합 공간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식물원'이라고 불린다.

 

 

 

큐가든은 방대한 식물군 외에도 지구에서 가장 크다는 유리 온실(Temperate House), 중국식 석탑(Great Pagoda), 조형물 '더 하이브(The Hive)', 숲속의 하늘길(Treetop Walkway), 야자수온실(Palm House) 등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다시 말해 '식물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즉 건조하게 식물에 대한 지식을 나열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식물을 주제로 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How did it feel?

 

큐가든은 워낙 넓고 구경할 것 또한 많아 하루에 돌아보는 것이 버거웠다. 전체를 다 둘러보자는 생각보다는 좋은 곳에 머물고 쉬엄쉬엄 자연을 즐기며 구경하는 것이 좋다.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미리 지도를 확인하여 위치와 대략적인 동선을 정해두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나는 숲속의 하늘길과 더 하이브를 꼭 보고 싶었다.

 

 

대략의 동선을 정해두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곳곳에 물든 가을을 구경하고 또 감탄하느라 정처없이 떠돌았다. 큐가든은 계절별·시기별로 다른 볼거리가 있다고 한다. 봄이나 초여름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숲속의 하늘길(Treetop Walkway)은 큐가든에서 가장 기대하던 곳이다. 거대한 유럽밤나무(sweet chestnut), 너도밤나무(beech), 마로니에나무(horse chestnut), 오크나무(oak) 등이 숲을 이루고 있는 장소에 18미터 높이의 하늘을 걷는 관람로가 나 있다. 새들의 눈높이에서 숲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새로운 시선에서 숲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나무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는 작은 표지판도 있다. 산책로의 길이는 200미터 정도 되는데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하면 약간의 흔들림이 느껴져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힘든 산책이 될 수도 있다.

 

신기한 것은 이 산책로는 풍화된 강철이라는 인공의 소재를 사용하여 만들었지만 주변 요소들의 색깔 및 모양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더 하이브(The Hive)'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독특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다. 더 하이브는 볼프강 부츠(Wolfgang Buttress)가 벌집을 모티브로 만든 알루미늄 구조물이다. 밖에서 볼때는 네모난데 안에 들어가면 원형인 공간이다. 바닥에는 기울어진 육각형이 배열되어 있다.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땅과 하늘이 이어진다.

 

형태와 더불어 재미난 것은 소리였다. 더 하이브 안으로 들어가면  주변의 벌집에서 나는 소리가 연주되는데 그 소리가 마치 현대음악 같이 들린다. 내내 거슬리던 비행기 소리와도 절묘하게 어울리면서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듯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감을 주는 소리였다. 한참을 앉아서 듣다가 나왔다.

 

 

 

또하나 이목을 끄는 장소는 유리 온실(Temperate House)이었다. 이곳은 1863년 문을 열었고, 빅토리아식 유리 건출물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하얀색 철강 프레임 위에 유리판이 배열되어 있어 밝고 따뜻하다. 온실 안에는 아프리카, 대양주, 미주, 아시아 및 태평양의 섬 등 온대기후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식물의 배치는 지역별, 또 그 아래 유사한 과별로 분류되어 있다. 지면에서 전시 공간 중간중간을 걸어다니며 관람할 수도 있고, 10미터 높이의 관람로를 따라 온실을 크게 한바퀴 돌면서 관람할 수도 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나무의 정수리를 보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큐가든 안에는 길가나 나무 아래 벤치들이 많이 놓여 있었다. 모두 절묘한 곳에 놓여 있는데 벤치로 걸어들어가 앉으면 지친 다리를 쉬고, 생각하고, 책읽고, 간식먹기에 좋다. 큐가든 안에 카페나 식당이 있긴 하지만 입구 쪽에 몰려 있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간식거리와 커피를 챙겨간 것이 다행이었다.

 

  

늦은을 먹고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산책로 화단(Great Broad Walk Borders)이었다. 2016년 봄에 조성된 이 화단은 팜 하우스(Palm House)부터 오랑주리 카페(The Orangery)까지의 산책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이 화단의 디자인은 콩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산책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반 원형의 작은 화단이 줄지어 있다. 이 화단에는 3만여 그루의 식물이 심겨있는데 꽃이 피는 6월에 9월까지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나 가을에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직도 피어있는 꽃들고 있고, 꽃은 졌지만 씨앗 머리를 달고 있는 식물들이 많이 있었다.

 

 

 

 

 General Information

 

  • 주소: 2 Lichfield Rd, Richmond TW9 3JR (빅토리아게이트 인포메이션센터; Victoria Gate Information Centre)
            (District Line 큐가든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 운영시간: 10:00~18:00(월~일), 입장 마감 17:00
                   * 계절별로 낮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마감 시간도 조금씩 다르다.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입장료: 성인 16파운드, 학생 14파운드, 아동·청소년(4~16세) 4파운드
                   *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면 1.5파운드 할인해준다.
  • 홈페이지: https://www.kew.org